그대의 그리움이 깊어서
가을이 깊어 집니다
나뭇잎들은 스스로 붉어져
단심을 견디지 못하고
바람에 휩쓸려
떨어져 바스라집니다
그대의 한숨이 서리어
기어이 겨울 삭풍이 불어옵니다
침묵의 회색하늘은
눈물같은 눈송이 퍼붇습니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하얀 보자기로 세상의 밥상을
덮어 버립니다
삶은 불가사의
주어진 길을 걸어갈 뿐
사연을 묻지 말아 주십시요
다만 사랑할 때에만
남풍 불어와
겨우내 헐벗은 나무들
연초록 옷을 입히고
초원 가득 꽃을 피울 수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