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는 꽃이 피고
가을비에는 단풍이 지네
봄비에는 뭇 생명이 소생하는데
가을비에는 뭇 생명이 고개 숙이네
나뭇잎들 봄비에 푸른 기운 솟아나고
여름 장맛비에 억세지다가
가을비에 가슴 붉어지며 땅을 뒹구네
인생을 그 누가 알고 살으랴
미리 알고서는 재대로 살지 못하리
모르고 모르고 살아 갈 뿐
옆에서 하는 양을 보며 흉내내며 살아 갈 뿐
새끼를 누가 낳고 싶어 낳으랴
누가 새끼를 척척 키울 줄 알아 쑥쑥 낳으랴
남녀간에 괜히 끌려 몸 섞은 죄로
새끼는 태어나고 어쩔 수 없어
버벅거리며 키우는 것을
고달퍼라 고단해라
그래도 자식 보고
"결혼해라"
"새끼 낳으라"고 성화를 대는 것은
또 무슨 삶의 굴레인가
하늘의 별이라도 헤아렸기에
이지러지고 부풀어지는 달과 놀아봤기에
초원의 꽃을 보고 헤픈 웃음 흘려봤기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았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