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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추모

시랑사랑 2016. 4. 2. 19:20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서

이토록 슬픈 사연이 있었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섬의

빛나는 사월의 날들에

하늘도 햇살도 부끄러운

죽임들이 이처럼 널렸다니

 

나는 더는 이 섬의 속살을

한가로이 더듬어 걸을 수 없네

한라산의 봉우리까지

오름 오름 오르며 베어있는 핏빛 눈물

탐라해안의 굽이굽이 마다

부딧치며 흐느끼는 하얀 파도 퍼런 너울

 

어떤 악귀 광풍이 불어 와

낙원의 섬을 광란으로 휩쓸었는가

어떤 이념의 귀신들이

핏발 선 눈구덩 마다 들어박혀

이 낙원의 풍경 한 번 음미히지 못하고

그토록 살벌한 지옥도를 만들었는가

 

슬프고 슬프다

한이 서리고 서리다 쌓이고 쌓인다

제 정신 한 번 가다듬었으면

오름을 타고 불어오는 봄바람에 실려

서로 손잡고 살풋한 춤을 한바탕 추었을 텐데

시큼한 막걸리에 취해 함께 쓰러졌을 텐데

 

탐라의 낙원경도 달래지 못했던

증오의 악령이 찢어놓은 상처가 너무나 커서

칠십년이 되어가도

상흔 아물지 않고 신음소리 떠나지 않네

 

아! 언제 이 아름다운 탐라에서

맘 편히 웃으며 낙원을 찬양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