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산촌일기

시랑사랑 2012. 1. 14. 17:12

어린 손주가

할머니 어깨 주무르듯이

할아버지 다리 밟아 드리듯이

 

나는 산을 올라

등성이를 밟으며 잰걸음을 친다

골짜기를 헤집으며 종종거린다

 

어린 고사리손이

용하게도 가려운 곳을 잘도 찾아

할아버지의 등을 긁어 드리듯이

 

작은 호미로

밭이랑을 여기저기 긁어내리고

밭고랑을 주섬주섬 솎아올리고

옥수수 감자 푸성귀를 한바구니 얻어온다

 

산비탈에 기대인 토담집에서

소꿉장난하는 손주들 마냥

옥수수를 찐다 감자를 삶는다

김이 무럭무럭한 푸성귀국을 한솓 가득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