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6. 5. 27. 08:47

이 땅의 소나무

언제 한 번 허리 펴고 서 본적 있던가

산 첩첩 골짜기 겹겹한 비탈진 땅에서

쓰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산의 사타구니를 휩쓰는 바람을 부여잡고

그나마 솔향기 날려주며 삶을 구걸했는데

 

이제는 봄 부터 숨이 탁탁 막히는 아열대 기후에

북풍한설에도 푸른 절개 지키며 모질게 살아 온 칩엽들이

속수무책 흑갈색으로 말라죽어 산송장이 속출하고 있다

'일송정 푸른 솔이 늙어 늙어 가는 한 줄기 혜란강'으로

이주하고 싶어도 뿌리 박힌 이 땅이 놓아주지 않는다

 

이제 이 땅에서는 노래도 나오지 않는다

농담 할 기분이 아니다

304명의 어린 꽃들이 수장 당하는 것을

발을 동동거리며 두 눈을 빤히 뜨고 바라만 보아야 했던

무능력 무기력이

이제는 이 땅을 통째로 침몰시키고 있다

 

십년 전 부터 예상 했던 중국의 추격이

절절한 헌실이 되어 이 땅을 추월하고

거대 중국의 경제가 한 줌 이 땅의 경제를

서서히 집어 삼키고 있다

 

정쟁과 이권과 권력유지에만 골몰했던

C급 정권 10년에 이 땅은 난파선이 되어 표류하고 있다

허리 한 번 펴보지도 못한 숱한 민송들

한이 푸르렇게 번져 바다가 퍼렇게 멍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