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 납치사기
올해 25살인 큰놈이 아침10시에 집을 나가고 30분쯤 되었나, 집전화 벨이 울려서 집사람이 받고서는
얼굴이 발개 가지고는
"우리 우성이가 다쳤다고요? 어떻게 해~ 여보 우성이가 사고 났대요"
하면서 금방 울상이 되는 것이었다.
나도 함께 가슴이 덜컹하면서 교통사고를 당했나? 하고 전화를 빼앗아
"여보세요. 우리 애가 사고 났다고요? 거기가 어딥니까? 지금 갈게요" 하고 말을 하니
"아니 많이 다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머리를 다친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 애좀 바꿔 주세요"
"잠간요" 하고 전화를 바꿔 주는 것이었다.
"우성아. 머리를 어떻게 많이 다쳤냐? 어떻게 된 거야"
"아부지~ 이 사람들이 돈을 달라고 하면서 머리를 때리고~ 으흑흑흑" 하고 울고 있는 목소리 였다
"옆에 있는 아까 그 아저씨좀 바꿔 줘봐" 하니 아까의 남자가 전화를 받더니
"내가 돈도 없고 해서 아들을 잡아 돈을 달라니까 돈이 만원 밖에 없다고 하여 좀 팼습니다"
"아니~ 그럼 우리 애를 납치 한겁니까? 돈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 가진 돈이 얼마요"
"제가 실직을 당해서 지금 마이너스 통장 천만원 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일단 보내요. 아버지 전호번호 알려 주세요"
"010-****-****입니다"
"어머니 핸드폰 번호요"
"지금 생각이 안나는데 제가 전화를 바로 받으니까 저한테 전화 하세요"
긴박하게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
"여보~ 그 전화 보이스피싱이야" 하면서 집사람이 달려와 내 전화를 빼앗아 전화를 끊고 말았다.
내가 통화 하는 사이 집사람이 큰놈에게 전화 해 보니 아무 일 없이 전철을 타고 가고 있었단다.
나는 맥이 탁 풀리면서 정신이 멍하였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머리를 맞았다며 울먹이던 전화의 목소리가 너무도 생생하여 소름이 끼치고 끔찍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내가 그리 흐리멍텅한 사람이 아닌데 그 전화의 목소리는 20대 초중반의 가늘지도 두껍지도 낮지도 높지도 않은 음색이 아들의 음성과 너무도 똑같았다.
"아부지" 하는 말투도 큰놈이 쓰는 말투와 닮았다
그래서 나는 전화 목소리를 듣고 아들이 납치 된 걸로 확신했는데 귀신 곡 할 노릇 아닌가?
지금까지 아이들이 크게 다친 적도 없이 잘 컸는데 납치되어 맞고 있다니 내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돌고 세포가 뒤집어지고 입이 마르는 것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진정 되고 나니 그놈들에 대한 분노와 저주가 나오고 기분이 불쾌하여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집사람은 다행이다며 노래를 부르고 웃고 있는게 아닌가?
"웃지마~ 뭐 즐거운 일 나섰나?"
"다행이쟎아요. 감사하쟎아요" 하면서 찐 고구마를 가지고 와서 껍질을 까서 나에게 주면서
"보이스피싱에 곧이곧대로 천만원을 다 애기 했어요? 좀 적게 말하지"
"아이가 납치되서 맞고 있다는데 돈이 문제야? 이 여편네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몇억인들 달라면 안 줄거야? 우리 우성이가 천만원 짜리도 안되냐?"
하면서 나는 먹던 두유팩을 거실 바닥에 집어 던지고 말았다.
나의 고함에 뭐라고 대꾸를 하는데 기가차서 "주둥이를 찢어버릴 테니까 조용히 해" 하고
점심도 안먹고 외출해 버렸다.
나쁜 기분을 달래며 집사님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조용히 명단을 정리하고 있는데 사모님 집사님이
"댁에서 전화가 왔는데 안집사님의 목소리가 안 좋게 들리데요. 어디 아파요?"
나는 참고 있던 부부 싸움 이야기를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야기와 함께 말해 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여러 보이스피싱 당한 이야기를 함께 하는데 바깥집사님이 범인이 사고라고 했다가 납치라고 하는 것을 - 그것도 큰 애를 납치하겠느냐 - 의심 했어야 하는데 부모가 아이가 맞는다는 말에 경황이 없으니까 넘어갔다고 위로 반, 농담 반을 섞는 듯 한 말에 나는 속으로 부아가 나고 바보가 되는 느낌이었다.
"자식 가진 죄지요. 나는 아이도 셋이나 되는데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정신이 없네요"
금년에 제가 삼재가 있다는데 정초부터 별일이 다있네요" 하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만하면 다행이지요. 하나님께 감사헌금 내세요. 얼마나 다행이에요"
하고 사모님집사님이 이상한 동문선답을 하고 있었다.
"가 보겠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무실을 나와 혼자만의 거리를 방황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