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설익은 과학

시랑사랑 2016. 7. 11. 11:15

파멸의 시작은 꼼수에서 시작되었다

어설픈 이름의 과학이 만들어 낸

화학물질이 아토피를 유발하고

참아야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가려움으로

몸을 박박 긁어대면 몸은 더욱 헐고 가려워져서

다시 더 긁어대야 하는 공포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볼 때 깨달아야 했다

이것은 아니라고, 과학은 아니라고

선무당이 생사람을 잡 듯

설익은 과학이 인간을 파괴시킨다고 외쳐야 했다

밤을 밝혀 보겠다고 찾아 낸 전기와 전등이

고요한 밤을 부수고 난도질치고

편히 다니고 싶어 만든 자동치가

도로를 점령하고 질주하며 독가스를 내뿜어

거꾸로 인간의 숨통을 조이며 열받게 만들고 있다

그 열은 쌓이고 쌓여 아스팔트를 녹이고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야를 부추기고

사람들은 더워 헐떡이며 집집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

집 안으로 시원한 공기를 뿜는 만큼

집 밖으로 더한 열기를 내뿜고

열탕으로 변해가는 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너도 나도 에어컨을 달고 틀고 지구의 비등점을 향해

가속도의 악셀레이터를 밟아대고 있다

조금 따뜻히 지내고 싶어 지구의 속살, 석탄을 퍼올리고

지구의 체액, 석유를 뽑아내 마구마구 불때면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지구의 분골처럼 하늘에 뿌려

이제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그 한 편으로는 원자력이 무공해 하다며 자랑질 하는데

알고 보니 감기도 아닌 수십만년의 반감기를 거치며

생태계의 뼛 속, 유전자까지 파고들어 파멸시키는

지옥의 지긋지긋한 악령이었다

 

누가 설익은 과학이라는 선악과를 따서 뽀갰는가

누가 과학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는가

진퇴양난, 사면초가의 대협곡에 들어 선 지구의

생태계는 어떻게 구해 낼 것인가

눈을 뜨고 빤히 바라보면서 찬송가 한 곡 부르며

기울어져 침수하는 타이타닉 배 안에서

하릴없이 물 속에 잠겨야 하는가

 

파멸을 바라보며 사는 날들은 누구나 편안하지 않다

20세기에 발현한 과학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화려 할 것인가, 아름다울 것인가, 허망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