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6. 8. 23. 08:24

 

아! 어떤 땅은 씨앗을 심지 못하고

시체를 묻어야 하는가

부드러운 흙가슴에 작은 귀여운 씨앗을 품고

새싹을 키워낼 때 그 땅의 기쁨은 어떠 했으랴

씨앗을 감싸 키워내고 싶은 소망은 어떠 했으랴

소망하던 생명의 발아 대신

뭉그러지고 짖이겨진 사체를 받아 들이는

땅의 심정은 어떠 할까

씨앗처럼 백년을 천년을 품어 안아도

사체는 자꾸만 녹아들어

엄마 품에 안기듯 흙의 가슴을 파고든다

흙에서 일어났으니 흙에 잠들고 싶은 신루

시체를 심으며 그 위에 뿌리는 눈물 몇방울

마침내 무엇을 피워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