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비
시랑사랑
2016. 8. 25. 17:46
처마지붕이 울고 싶을때
비는 내린다
나뭇가지가 눈물에 젖고 싶을때
비는 온다
꽃잎이 눈물로 글썽이고
낮은 풀잎이 눈물을 미끄럼 태우고 싶을때
허공에 출렁이는 거미줄에 걸린 목숨들을 애도하며
주렁주렁 눈물을 꿰매고 싶을때
숙 보이는 유리창에
주룩주룩 눈물이 흐르고 싶어질때
온 몸으로 빗길을 가는 우산의
살대를 타고 눈물줄기가 쏟아지고 싶을때
마침내 대지의 뺨을 적시며 비는 모든 것의 눈물로 쏟아진다
강물은 거대한 눈물길이 되고
하지만 지금은 비가 오지 않네
처마지붕 사라지는 자리에 사막 같은 옥상이 들어서고
사람들 마른 가슴에 모래바람만 불고 있어
하늘은 점점 민망해져 마음 놓고 울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