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시랑사랑 2016. 10. 12. 11:34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을 때

말 대신

더러운 욕이 나온다

 

상식과 양심을 능멸하는

위선과 가식의 음흉한 비웃음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이다

 

빤빤한 얼굴을 쳐들고

백주의 기자회견장에 앉아있는 풍경은

웃픈 스트레스다

 

생존하는 백씨가 돌아가신 백씨를 조롱할 때

백두산이 폭팔할까 두려웠다

삼백여일 전에 의식을 잃었으나

수천만의 양심 속에 살아있는 농민 백씨를

진단서 한 장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팔아먹은

의사쟁이 백씨의 양심은 수천만의 증오 속에 죽고 죽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막힐 때

어이없게 시가 걸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