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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식사 - 춘래불사춘

시랑사랑 2012. 5. 24. 07:24

 

금년 봄은 날씨가 너무 좋다고 사람들이 아우성이다

황사도 날아오지 않고 꽃들이 만발한 청명한 날이 계속 되니 어떤 사람들은 천국 같다고 말하며 들뜬 기분들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좋은 봄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공연한 불안에 싸인다

이러한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오십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세상으로부터 수없이 배신을 당하고 기대했던 것들에 대하여 실망을 하면서 체득된 심리 때문이리라

 

그것은 군대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다

고참들은 신참들의 군기를 점검하려는 내심으로 부드럽게 대하고 소대 회식도 시켜준다

뭣 모르는 신참들은 마음껏 이야기 하고 마음놓고 즐긴다

그러나 그 뒤는 괴롭다. 점호 후에 다시 고참 점호를 받으며 졸리운 뻣뻣한 눈을 비비며 시어머니 보다 더 지독한 잔소리를 듣고 비몽사몽 간에 얼차려를 받고 얻어 터져야만 겨우 잠자리에 들수 있다

이러한 군기 잡기의 과정을 거치면 이후로는 아무리 고참이 친절히 대하고 즐거운 회식을 하여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마음을 열지도 않는다

항상적인 긴장 상태로 군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즐거워도 즐거워 할 수 없는 비참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직장생활, 사회생활도 그러하다

천진하게 살 수가 없다. 표정관리를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기쁨도 숨기고 괴로움도 참아내며 슬픔은 삼켜야 되며 항상 근엄한 표정으로 부처님 같이 살아야 된다

만약 희노애락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사람이 덜 됐다고 하고 어린아이 같다고 수군거린다

 

보름 후면 87년의 6.10항쟁이 서울을 점령하던 기억을 추억 할 수가 있지만 반면 씁쓸한 기분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는 날이기도 하다

80년의 서울의 봄, 5.18광주의거, 87년 6.10항쟁은 모두 민주주의의 천국 같은 봄을 기대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암울한 과거로 회귀 되고 말았다. 죽 쑤어서 개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학생과 민중이 피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의 과실은 오히려 데모를 비난했던 기득권 세력, 재벌과 보수 언론과 졸부들이 가져가고 지금도 향유하고 있다

배반의 약올리는 역사가 계속되고 있고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가 있다. 사형 되기 전의 마지막 끼니이다 

보통때의 식사보다 맛있고 푸짐한 식사가 나온다는데 이를 모르는 사형수는 그나마 그 식사를 맛있게나 먹겠지만 이를 아는 사형수라면 아무리 진수성찬이 나온다 한들 그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겠는가

  

나는 한때 따뜻한 겨울의 온난화가 지구 생태계가 망하기 전에 생명체에게 베푸는 마지막 봄은 아닐까 하며 전율을 느낀적이 있다

  

천국 같은 봄이라지만 즐길 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갈수록 각박하고 생태계는 여기저기 망가지고 있는데 일시적인 화창한 봄날씨에 태평가를 부를 수는 없는 소이이다

중환자가 죽기 전 잠깐 회복 현상을 보이는 것은 그저 사막의 신기루 현상과 같은 것이다

이 시대는 봄이 와도 마음에는 여전히 봄이 오지 않는다

이 세상이 이 지구가 엎어지기 전의 마지막 잔치를 베푸는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즐기지는 못하고 기도만 한다

태풍이 날아오기 전의 고요가 아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