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100원 도둑놈?

시랑사랑 2017. 1. 30. 20:03

설 전날 진보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서울 서부역 인근의 삼겹살 집에서 회식을 가졌다

13명의 오,육십대의 남자들이 삼겹살에 막걸리, 소주를 마시며 박정희, 박근혜 부녀를 한껏 성토했다

한 시간여의 성토와 잡담으로 사람들은 취기가 얼큰해서 회식을 마치고 하나 둘 식당을 나가고 나는 맨 뒤의 일행 두명과 나가면서 현관문 앞의 커피 자판기를 찾으니 백원 짜리를 넣도록 되어있었다

일행 한 사람이 식당 아줌마를 불러 백원 짜리 두개를 받아서 커피자판기에 넣고 한 잔을 빼갔다

그리고 내가 다음 잔을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 앞서 현관문을 나갔던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친절한 나는 내 커피를 뽑아 그 사람에게 건네 주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멀리 주방 쪽에 있는 아줌마를 부르려다가 아까 아줌마가 커피자판기를 올려 놓은 탁자 아래 문을 열고 백원 짜리를 꺼내주는 것을 보았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줌마를 귀찮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내가 그냥 아래 탁자의 문을 열고 백원 짜리 한 닢을 꺼내 커피자판기에 넣고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아줌마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서 커피를 어떻게 빼느냐는 거였다

나는 취기도 얼큰해서 웃으면서 아줌마 부르기가 미안해서 내가 백원 꺼내서 넣고 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육십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조그만 아줌마가 정색을 하면서 골난 얼굴로

"그래도 그렇지 말도 안하고 그냥 꺼내면 어떻해요~ 남의 물건을 함부로 손을 대면 안돼죠~" 하고 말을 밷는데 순간 나는 백원 짜리 도독놈이 된 듯한 모멸감과 백원에 나의 자존심이 패대기 쳐지는 굴욕감을 실감해야 했다

'이건 아닌데~ 이 아줌마 심하네' 의 생각과 함께 나는 "에이~씨" 하는 욕설 감탄사를 발설하며 커피가 든 종이컵을 현관문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길바닥에 버려진 뜨거운 커피에서 김이 아스라이 오르고 있었다

나는 현관문을 나서 몇미터 가다가 뒤돌아서 "거 되게 쪼잖하네~" 소리치고 멀어져 간 일행을 따라갔다

 

나는 혼자 걸으면서 곰곰 생각했다

저 아줌마는 수십만원의 매상을 올려 준 손님에게 왜 차가운 박대를 하는가

주인 아줌마는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우리가 박정희, 박근혜의 독재와 부패를 성토하는 것을 들으면서 내심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깨끗하고 정의롭게 잘난 척 떠들더니 백원 짜리를 훔치냐'는 삐딱한 심술이 발동했었던 것은 아닐까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 아줌마의 논리는 틀리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 논리의 너무한 비약을 당연 한 듯 들이대며 보복하는 심사가 아주 더럽고 무서웠다

그 아줌마는 오늘의 사건을 나름대로 떠벌리며 다니겠지

정의로운 척하는 진보라는 인간들이 백원 짜리를 훔쳐 커피를 빼 먹더라고~

뭐라고 나무랬더니 사과는 커녕 커피를 길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욕을 하며 갔다고~

제대로 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생각났다

5공 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지면서 전두환, 노태우 1조원의 정경유착 부패에 분노했던 노무현을 박연차로 부터 수십억을 받았다는 뇌물죄로 몰아 진보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던 수구보수의 야비하고 더럽고 치사한 복수가 생각났다

 

애당초 게임이 되지 않는다

어리섞은 국민들은 수조원을 등쳐먹고 나라를 거덜내 먹은 수구보수의 정체는 모른 채 민주화 세력의 코묻은 돈을 들춰내며 삿대질에 비야냥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니 이 나라는 언제 바로 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