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부치지 못한 편지
시랑사랑
2017. 2. 20. 10:20
어느 누구에게도
나에게도 부치지 못하는 편지가 있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만 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미워한다고
정녕 엮겨워한다고 쓴 편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아첨과 허언으로 가득한 가짜 편지만
그대에게 세상에게
일력을 찢듯이 부치고
나는 그럴듯한 자만과 위선을 즐겼다
아! 나는 더 이상
그럴듯한 편지를 읽으며 나태한 나르시즘에 빠진
너의 몽롱한 눈길과 마주치기 싫다
한 바탕 육두문자를 육자배기에 버무려
너의 아가리를 벌리고 한 가득 퍼 먹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