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7. 5. 24. 23:32

동짓날 밤

팥죽보다 까만 하늘에서

검은 눈이 아닌

하얀 눈이 어떻게 밤새 내리는지

나는 모른다

푸른 새벽이 간신히 열리면

어떻게 하늘보다 먼저

새하얀 설원을 눈부시게 펼치는지

나는 모른다

어떻게 어떻게

긴 긴 칠흑의 어둠에 물들지 않고

온전히 하얀 눈빛을 지켰는지

나는 모른다

 

밤 새워 어머니는

아버지의 험악한 술주정에 시달리고

어떻게 새벽 같이 일어나

새끼들의 아침 밥상을 차릴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모르면서도

그 시절이 떠오르면

괜시리 눈물이 난다

 

검은 호수 위에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수련은

알 듯 말 듯 아름답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