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허무에 빠질 때

시랑사랑 2018. 2. 13. 20:34

내가 우상으로 받들던 자가

정말 우상이었음을 알았을 때

천사로 칭송하던 자가

마각을 드러내고 달려들 때

영혼을 빚어내어 시를 쓰던 자의

추접한 손찌검을 보았을 때

거룩한 제단에서 위선의 미소를 지으며

교권을 장악하려 권모술수를 꾸밀 때

종교에 쇄뇌된 착한 바보가 되어

사악한 세력에게 영혼까지 털릴 때

완전한 진리와 진실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천한 생물임을 자각 할 때

겸손한 허무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