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백비 정명

시랑사랑 2018. 4. 4. 21:06

어린 이름들이 얼마나 맥없이 쓰러졌는가

엄마라는 이름들은 또 얼마나

어린 것들과 함께 무너졌는가

이념인지 이놈인지도 모르는 순한 이름들이

이념의 광풍에 얼마나 처참히 찢겨졌는가

꽃잎처럼 처연하게 떨어진

수수만만의 이름들이

아직도 허공을 헤매고 있는데

비석의 이름 하나 짓지 못하고

칠십년 고희의 세월을 무심하게 퍼 먹었다니

참 철없고 무지막지한 이름들이 있다

참회를 하랬더니

참외를 깍아먹고 있는

쓸개 빠진 천연덕스런 인간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을 빼앗아

비석의 밑씻개로 닦아야 한이 풀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