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말세기
시랑사랑
2018. 9. 3. 23:27
우리는
아득한 창세기를 지나
길고 긴 역사의 누적을 딛고
하필이면 마지막의 시대를 살아가는
말세기의 세대인지 모르겠다
더 이상
쓰레기 통이 되어가는
지구도 견딜수 없다는듯
폭염에 폭우에 광란을 하고
북극 빙하는 녹아 사라지고
히말라야 알프스의 설산은 헐벗어
몰골이 앙상한 채 부끄러이 서 있다
말세는 이미 시작되어
끝을 알 수 없는 수백 년 동안
우리의 후손들은
극심한 지옥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데
출산율이 저조한 것도
어린 것들이 미리 알고
세상에 나오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는
몸부림인지 모르겠다
어린 것들에게
한 없이 미안하고 불쌍하다
근세 이백 년 간의 과학의 발전이
사실은 인류와 지구를 파멸로 끌고가는
퇴보의 길이었을까?
에덴동산의 선악과를
이브와 아담이 따 먹고
눈이 밝아져 치부를 가리며
숲 속에 숨었을 때
창조주는 탄식하며 저주하였다
"너희가 정녕 죽으리라"
선악과는 어리석은 과학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