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8. 11. 19. 19:11

좌로 불면 좌로 인사하고

우로 불면 우로 휩쓸리지만

뿌리 채 뽑혀

바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허리 꺽이지 않을 만큼

허리가 꺽일 정도로

휘어지다가

이내 뿌리 박힌 땅으로 돌아와 선다

 

유연하게 겸손하게

바람에 순응하는 것을

대쪽은 비굴하다 줏대없다

비웃는지 모르겠다

 

내 한 뼘 터전 지키기 위해

목숨 뿌리까지 뽑히지 않으려고

나름 곡예를 하는 중인데

 

적어도 영혼은 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