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8. 12. 11. 22:16

알에서 깨어난 연어 새끼들이

처음 보는 것은

죽어 떠있는 큰 물고기

새끼들은 마침 배가 고파

본능적으로 떼로 몰려가

죽은 물고기를 뜯어먹고 파먹고

힘을 얻은 다음

어미를 찾아 떼지어 다니다가

드디어는 '엄마 찾아 삼만리'

대항해를 시작한다

강물을 따라 흘러흘러 바다로 나아가고

조류를 따라따라 알래스카 연안까지

어미를 찾아 가다가

성어가 되어 알을 배고

어쩔 수 없이 어미 찾기를 포기하고

자기들이 태어난 고향으로 회항한다

자기들이 태어난 그대로

고향에 알을 풀어주기 위해

조류를 거슬러 거슬러

떠났던 강을 찾아 돌아와

흘러흘러 내려오는 강물을

맛받아 차고 오르며

안간힘을 다해 귀향한다

'혹시 몰라, 엄마가 고향에 돌아와 있을지'

마침내 귀향에 성공하지만

어디에도 어미는 보이지 않고

알을 풀기에 바쁘기만 한데

알을 다 풀고 새끼가 태어나기도 전에

기진맥진 하여 숨이 끊어져 간다

어미는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어미는 죽어 부화하는 새끼들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순간 죽음의 순간에

어미가 된 새끼는 깨닫게 된다

오래 전 자기가 태어나 뜯어 먹은 것이

어미였다는 것을

감기지 않는 눈동자에서

따뜻한 눈물 한 방울 흘러

바다를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