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개성공단

시랑사랑 2013. 4. 27. 22:25

 

꽃 이었나?

 

꽃이 피고 지는

열흘 보다도 짧은

열살 만에 꺽여져야 하는

한반도의 심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피 꽃 이었나?

 

꽃이 시드는 것은

꽃이 너무 가냘퍼서

우리의 뜨거운 입김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의 거친 말투를 이기지 못하여

무너져 내리는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

유치찬란에 가슴이 멍들어

부서져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꽃이 지었다고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

꽃 진 자리에

먼 먼 고통의 시간이 돌아와

더욱 진화된 꽃을 피워 낼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기에

새로운 희망으로

꽃 진 자리에 커져가는 열매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