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3. 5. 17. 12:25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그러니까 1976년 가을이었으니까 37년전의 일이다

은행 면접을 보고 나서 촌놈이 서울 구경을 하겠다고 남산 팔각정에 올라서

촌놈이 이리 저리 끼웃거리며 산 아래 서울을 구경하고 있는데

웬 여학생 둘이 나를 보면서 말을 거는 것이었다

"너 어디서 왔니?"

서울 시내를 호기심으로 구경하다가 엉겹결에 돌아보니

내가 보아왔던 시골의 여학생들보다는 좀 매끈한 모습의 두 여학생이 생글거리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교복 차림새가 시골 촌놈의 행색이 역력했나 보다

약간은 놀림의 뉘앙스가 풍겨졌다

직감적으로 촌놈티를 내면 안되겠구나 싶으면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한강이 보이고 한강 너머 남쪽에 벌판이 넓게 펼쳐져 보였다

"어? 강남에서....."

"강남 어느 학교니?"

"강남고등학교...."

"강남고등학교가 어딨있니? 너 강남 촌에서 왔구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재미있다는 듯 몸을 흔들면서 돌아서 가고 있었다

나는 그날 강남 촌놈이 되었다

내가 그날 이름 지은 강남이 지금의 서울 강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