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20. 8. 2. 16:52
늦가을 오후가 되면
내 그림자는
내 형이 된다

나 보다 키가 커져서
듬직하게 나를 호위한다
조심해서 다니라고
꼭 붙어 길을 살펴주고
냇가에 앉으면
함께 다정하게 앉아 기다려 준다

해가 기울수록
점점 키가 길어지는
형이 존경스러워 올려보면
어느새 형은 해를 따라
말없이 서산을 넘어가고

형이 떠난 저녁은
외롭고 무서워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서둘러 귀가 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