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삶이 왜 이래?

시랑사랑 2020. 9. 5. 17:40
누가 삶은 계란이라고 했나
삶은 고소한 계란이 아니었고
무지막지한 깡패였다

나도 모르게 세상에 생겨나
푸르고 예쁜 하늘을 보고
들판의 눈부신 꽃들에 홀려
미소 지었지 희망을 품었지

무엇에 이끌렸는지
막연한 애정의 손에 잡혀
알콩달콩 할 때에
나도 모르게 아기들이 생겨 나왔어

그 때부터 삶은 전쟁이었어
참새 어미가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르듯
하늘이 파란지 노란지
꽃이 폈는지 지는지
훔쳐 볼 새도 없이
앙앙거리는 새끼들 키우다 보니
수십년 세월 불타 버렸어

새끼들 다 자라서
모처럼 가벼운 한숨 돌릴만 한데
백설이 머리에 내려앉고
다리는 힘이 풀리네

오호라! 이것이 인생인가?
젊은 시절 보물 같은 삶이
늙어보니 괴물 이었네
신혼시절 꿀맛 같은 삶이
늙고 나니 쓴맛 이었네

아직도 하늘은 푸르기만 하고
꽃들은 여전히 피어나는데
아이들은 푸른 하늘 아래
철없이 꽃밭을 뛰놀고 있네

그렇게 세상은 돌아가는구나
속고 속고 또 속으면서
어디에 무엇이 있다고
끈질기게 대를 이어 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