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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맨

시랑사랑 2013. 5. 27. 20:49

 

찌라시를 돌리는 일은 마음을 비우는 일

사거리에서 숨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낙엽 같은 정보를 건네는 일

교차로에서 왕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존심이 발가 벗겨지는 일

백팔배 보다 십자가 보다 못지않게 무거우면서도 하찮게 가벼운 일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선듯 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

 

찌라시 한장 거절하는 냉정한 뒤통수를 한번 더 보게 되는 일

찌라시 한장을 받을 둥 말 둥 하는 비아냥을 견뎌내는 일

뒤 돌아서는 목덜미에 비웃음이 까르르 와서 부딧치는 일

받자마자 손아귀로 꾸겨 쓰레기통에 던져 박는 무참한 손을 못 본척 해야 하는 일  

대명대로에서의 막장 일

대로변 귀퉁이에서의 막잡 일

 

백짓장도 맞들면 가볍다는 말을 아는 몇사람이

찌라시 한장 맞들어 받아주는 너그러운 손에 감사한 마음의 복을 빌어주는 일

일엽의 찌라시는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백엽의 찌라시가 모두 영혼 따뜻한 사람들에게 입양되면

하루의 죄업을 다 씻김 한 듯 발걸음은 노곤해도 가벼워진다

 

찌라시 한장이라도 입양하는 사람은 열에 한 두명이다

우리 세상은 그런 의인이 있어서 아직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서 아직은 찌라시라도 뿌리며 살아 갈 수 있는 것인가 

 

그대 찌라시 한 번 돌려 보시라

그러지 않고는 인생을 가벼이 논 할 수 없으리

인생을 다 안다고 감히 말 할 수 없으리

 

찌라시 한장에 마음의 눈물 한방울

체념과 성찰의 달빛 영혼 한조각이 담겨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