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저승사자
시랑사랑
2013. 6. 22. 00:10
무슨 굶주림의 아귀가 들렸는가
이 작은 땅의 골골짝짝을 헤집으며
역사의 모진 회오리가 불어 칠 때마다
여리고 여린 목숨들을 그리도 덤터기로 잡아 삼키는가
그 무자비한 폭식으로 배가 미어터질 지경인데도
먹고 또 먹어대는
막무가내의 사냥을 멈추지 않고
이빨에 흐르는 벌건 피를 감추지 않고
검은 눈에 그득한 핏물을 닦지도 않고
하얗고 물렁한 살 탐닉하듯 발라먹고
해골 뼈다귀를 아무렇게 내팽겨친 야만
살아 있는 목숨들도 정신이 아득하다
언제 저 지경으로 몇가닥 뼉다귀가 되어
이름없는 산하에 굴러 다니게 될 지
살아 있어도 살이 떨리고 심령이 저리다
남북의 산하를 광풍 타고 질주하며
핵바람 핵구름 핵맛을 갈구하며
오천만 아니 칠천만의 목숨을
통째로 갈망하는 저 공포의 전령사
그가 좋아하는 것은 좋아 죽어라 하는 것은
서로의 불신 서로의 아집 각자의 대거리
작은 반도 땅에 갇힌 눈먼 사상의 옹졸함
작은 반도를 뛰어넘지 못하는 정신의 유치함
그러한 음울의 골짜기에 거주하는 사자
그대를 만나면
아프리카 사자들도 무서워 진저리를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