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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시랑사랑 2013. 9. 1. 21:54

 

 

이름이 예뻤다

오렌지 요양병원

 

60 이 다 된 총각 친구가 1년전에 요양병원에 들어갔다

두 다리 허벅지가 붙어 평생 무릎 아래 다리로만

아장아장 불편하게 걷던 친구가

누나 집에 얹혀 살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이제는 그 아장아장 걸음도 못 걷고

침대를 벗어 날 수가 없어

대소변도 침대에서 해결 한다는데

 

병문안 용품인 각티슈,치약,일회용면도기를 사들고

친구라는 인연으로 병원을 찾아갔다

 

친구는 침대에 누워 있고

어떤 60 중후반쯤의 키큰 깔끔한 아저씨가

친구에게 담요를 덮어주는데

너무도 자상하고 다정 하였다

 

친구는 우리를 보더니 누운 채 웃고 있고

그 아저씨는 우리를 보더니

자기가 친구의 막내 아들이란다

자기가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것이란다

 

이게 웬 시츄에이션 !

간호사가 와서 상황 설명을 해주는데

치매 걸린 아저씨가 친구를 아버지로 착각하고

똥,오줌을 치우고 극진히 모신단다

 

우리가 침대에 가까이 가서 친구에게 말을 하면

아저씨도 다가와서 어른 거리는 폼이

행여나 우리가 자기 아버지에게 해를 끼칠까 봐

감시하는 것이었다

 

오 !  놀라워라

이런 아름다운 인연이 있다니 !

우리는 친구를 자기 아버지로 빼앗아 간 그 아저씨가 전혀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 하였다

 

정신이 멀쩡한 친구도, 형제도 못하는 일을

정신을 반납한 백면의 아저씨가

의지 할 데 없는 친구를 아버지로 삼아

지극한 효도를 베풀고 있었다

 

아 !  기적이라고 하고 싶다

친구를 생각하는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을 움직여 우주를 감동시켜

치매를 가장한 천사를 옆 방도 아닌

바로 친구의 그 방에 보내어

서로의 불쌍한 말년을 도우며 위로하며

살아 가게 하시다니 !

 

장가도 가지 못한 친구는 60 나이에 효성스런 막내 아들을 얻었다

친구의 얼굴은 이전보다 한결 편안하고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