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초식 소
시랑사랑
2013. 11. 30. 22:08
생풀도 뜯어먹기 미안하여
건초를 맞있게 이겨 먹는다
왕방울 눈으로 바라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무섭고 불쌍하여
언감생심 잡아 먹을 수가 없다
배고파 배고파서
아가리를 아귀처럼 벌리고 있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알곡 털린 껍데기 볏짚만 먹고서도
짚단 만한 몸을 한껏 키운다
나의 모든 몸을 남김 없이 바친다
나를 잡아 먹으렴
그리하여 배고파 울부짖지 말으렴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지 말으렴
육식을 해야하는 슬프고 고단한 짐승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