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물
시랑사랑
2013. 12. 7. 21:55
물은 그릇을 탓하지 않는다
물은 아무 모양도 없이
넓은 그릇에는 넓은대로 누워 주고
좁은 호리병엔 좁은대로 서 있는다
생긴 모양이 어떠하든지
타박하지 않고
모가났든 굴곡지든
모양대로 빈틈없이 채워 준다
물은 색깔을 차별하지 않는다
물은 아무 색도 없으면서
어느 색 이나 거부하지 않는다
핏물이 흘러들면 핏물을 감싸주고
흙탕이 밀려오면 흙물로 굽이친다
스며든 색깔이 어떠하든지
함께 웃어주고 같이 슬퍼한다
물이 아니면 무엇이 그릇을 오롯이 사랑하며
물이 아니면 무엇이 색깔을 온전히 품어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