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막 가는 남자

시랑사랑 2014. 1. 21. 13:50

 

 

건강에 해로우니 담배를 끊으라면

피우다 죽겠다고 한다

 

정기적 건강검진을 하라고 걱정하면

살다가 아프면 죽겠다고 한다

 

종교와 신을 이야기 하면

"죽으면 끝이지 뭘 더?" 반문한다

 

일부다처주의 중동 이슬람 나라에서

평생 돈이 없어 결혼도 못하는 서민들을 연민하면

능력대로 사는 거지 뭐가 문제냐고 힐난한다

 

민주주의를 논의하면

뭐 그딴 것이 밥 먹여 주냐는 식으로

독재와 재벌과 언론을 비판하면

남들 잘되는 것 배아픈 놈들의 지랄이라는 식이다

 

도대체 모든 화제를 무력화 시키는 블랙홀은

그 남자의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러나 그 남자 일은 열심히 한다

명석한 머리로 맡은 일을 척척 해낸다

 

혈색 좋은 얼굴로 술도 잘 마시고

건강한 다리로 온종일 쏘다닌다

 

거침이 없다

자기처럼 살다 어느날 가면 되지

뭐 세상에 궁시렁 대면서 농땡이 치느냐고

온 몸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