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안갯길
시랑사랑
2015. 6. 5. 23:31
어둡지는 않은데
지척이 어둡다
횃불을 밝혀도 물러서지 않는
하얀 어둠은
태양도 머쓱하게 밀어내고
명암의 그 어디쯤의 모호함으로
지상을 점령하고
새벽부터 사람들을 유령처럼 출몰시킨다
하얀 벽을 뚫 듯이
스윽 나타나서는
반갑기도 전에 이내 지나쳐
뒷 편 하얀 벽으로
스윽 사라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낮설면서 무섭다
한사코 지척 이상은 허락하지 않는
완고한 하얀 인심
달리기를 좋아하는 자동차들도
노란 눈을 깜빡이며 거북바퀴를 굴리며 알아서 기는
완벽한 통제, 하얀 긴급조치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하얀 고집에
지쳐버린 자동차들이 서로의 머리통을 들이받으며
망가지고 있을 때
아침은 몽유병에서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