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사랑 2011. 2. 27. 19:49

 

길은 스스로 길을 간다.

머언 들을 지나 산모퉁이 돌아서

보이듯이 숨듯이 숲속으로 걸어든다.

 

보이지 않는 길끝에 그리움이 있어

그 길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길에 이끌려 길끝을 간다.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나를 부르는 이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길 아닌 길은 가지 말라고

길 없는 길은 만들지 말라고

길은 항상 저만치 멀리 앞서서

신기루 처럼 길을 간다.

 

나의 갈 길이 어다까지 인지 모르고

길에서 쓰러지고

길에서 잠들어도

 

그때라도

길은 쉬지 않고 길을 간다.

다른 누군가를 다시 부르며 무념히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