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마귀의 계궤

시랑사랑 2015. 9. 7. 18:26

더러운 성질을 고치기 위해서

욕설 가득한 입을 다물기 위해서

참지 못하는 분노를 다스리기 위하여

일부러 성경책을 남 보란 듯이 들고 다녀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들어가는데 갑자기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성경책을 든 왼손 엄지손가락을 '탕' 치면서 덜컹거리고 순간 나는 밖으로 튕겨나고 말았다

 

그 순간 솟는 성질을 성경책 때문에 참아가서 엘레베이터에 다시 올라 탓지만 얼굴은 굳어 버렸고

엘레베이터 안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초반의 부부에게 내심 참으며 한마디 하고 말았다

"버튼을 잘못 누르셨나요~"

남자는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잘못 봐서 잘 눌렀어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세사람이 침묵속에 올라가다가 5층에서 그 부부는 내렸다

미안해 하는 기색은 느껴졌으나 성경책을 든 나의 얼굴이 굳어있어 말을 못하였으리라 짐작된다

나는 8층에서 혼자 내리며 중얼거렸다

"참 어렵네. 하필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마귀가 희롱을 하나. 누구를 원망하랴.

 마귀를 저주하며 참고 기도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