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어미의 탄식 - 세월호에 부쳐
시랑사랑
2015. 9. 18. 22:29
이 기막한 상황에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무슨 눈물이 나옵니까
무슨 밥이 넘어 갑니까
앉아 있을수도 없고
서있어도 발만 동동 거리는
막막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시간에
무슨 생각이 있습니까
무슨 시가 나옵니까
오늘의 참극은
수많은 날들을 수많은 우리들이
수없이 가만 있었던 업보 입니다.
이웃이 쓰러지고 옆집이 무너져도
나의 일이 아니라고 무심하게
밥만 먹으며 가만 있었던 죄업 입니다.
내가 남이 아니고
남이 내가 아니라는 고립된 생각이
우리를 모래알 처럼 부서져 내리게 합니다.
내가 남이고
남이 나라는 일체된 생각을 일찍이
하지 못하고
못된 세상의 이간질에 좀비로 살았습니다.
삶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동안
새끼들은 죽음의 올가미에 갇혀 숨이 넘어갑니다.
새끼들 때문에 죽지 못해 살아 왔는데
새끼들은 살지 못하고 나만 살아있습니다
삶과 죽음이 뒤바뀌고
삶도 알기 전에 죽음을 맞닥뜨린
어린 목숨들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요
얼마나 두렵고 적막했을까요
살았으나 죽은 목숨은
살았으나 삶의 의미도 목적도 없습니다.
죽었으나 잊을수 없는 목숨은
어미의 가슴에서 울며 함께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