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보이스 피싱

시랑사랑 2015. 11. 4. 21:21

 

노인들은 사기꾼들의 밥이다

어르신 효도잔치라는 그물을 치면

힘들고 더딘 걸음에도

기어이 걸어강당을 꽉 채우고

사기꾼들의 물반 고기반이 된

 

비정규직 자식들이

허리 휘어가며 아껴 쥐어 준

꼬깃돈을 탈탈 털어 내어주고

플라스틱 바가지만 옴팡 쓰고

좀비처럼 헤적거리며 집에 온다

 

놀랍고도 신기한 일은

얼굴도 보지 못하는 미지의 전화를 받으며

기력없는 몸을 끌고

은행 현금인출기에 기어이 찾아가

전화기에서 모기소리로 들리는 지령을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숫자판을 누르며

완벽하게 수행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은행 여직원에게

잘 보냈는지 물어보고 나서

"보이스 피싱"이라는 말에 산송장이 된다

 

노인들은 권력자의 밥이다

권력자의 미사려구는 노인들에게

너무나 그럴듯 하고 믿음직 한가

권력자의 말은 왠지 의지가 되나 보다

시기꾼의 달콤하고 걱정해주는 척하는

공갈에 그냥 정신줄을 놓듯이.......

 

노인이 되면 어린아이가 된다는데

어린아이가 순진무구 하다면

노인들은 순진몽매 하다

 

세상의 물정에 의심이 없다는 것은

사기꾼과 정상배들이 득실거리는

이전투구 세상에서는 백치에 불과하다

 

현대인들은 글을 몰라서 문맹이 아니다

행간의 뜻을 읽지 못하면 문맹이다

인간의 내면을 간파하 못하면 바보다

사건의 이면을 뚫어보지 못하면 천치다

이쁜 얼굴만 찾는 남자는 철없는 놈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맞을 봐야 아는 놈은 머저리다 

노인이 똥오줌을 못가리면 노망이다

 

그래도 선거날 투표장에는

새벽같이 뭐에 끌려가듯 앞장서 간다

비정규직 자식의 간을 빼먹고

이태백 손자의 미래를 아작내는

양두구육 권력자

이중인간 정상배들을 뽑아주기 위해서

강시처럼 지팡이에 끌려 간다

 

한심한 세상, 비전없는 나

제 몸도 못가누고 정신도 몽롱한

노인들의 표로 권력이 움직이는

플라톤이 개탄한 중우정치 보다 못한

21쎄기의 老愚정치 블랙코미디

 

인간수명 백세에 노인들만 득실거리며

추한 어리석음만 넘실대고

완고한 고집과 편벽한 핏대를

어른거리며 어른 노릇하려 든다

 

요즘 노인들은 하늘에서도

부담스러운지 잘 데려가지 않는다

하느님도 이겨먹으려는 벽창호 먹통에

누군들 홧병이 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