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계란이 서다

시랑사랑 2015. 11. 11. 21:57

 

 그것은 우연인가 조화인가 섭리인가

 

 중장년 취업교육에 가서 교육생들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저는 48살이고요 00생명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왔습니다. 오늘 교육을 받으면서 제가 그동안 교만하고 거만하고 자만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반성을 하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서 돈을 많이 벌면 선교에 기여하면서 살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사실 첫인상이 거만하고 고집스럽게 보였는데 돈을 벌어 선교를 하겠다는 말을 들으며 나도 교회를 오래 다니고 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말에 놀라움과 대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점심을 먹고와서 강사는 1개조가 6명씩의 3개조에게 한 조에 두개씩의 계란을 나눠주면서 계란을 세워보라는 것이었다

 모두들 한참을 세워보려고 용을 쓰지만 안되니까 강사가 "계란을 세울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안되니까 강사가 힌트를 준다면서 "계란을 어러번 흔들어 노른자를 터트려 세우면 노른자가 아래로 내려가 계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조에서는 앞에 앉은 사람과 내가 계란을 하나씩 가지고 계란을 세우려고 수십번의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앞의 사람이 계란을 세운 것이다.

 "와~ 계란이 섰다"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와서 서있는 계란을 스마트 폰으로 찍고 난리를 피웠다

 그 계란은 보란듯이 우뚝 서있고 나는 자극을 받아 계속 내 계란을 서우려고 수없이 노력했으나 번번이 뒹굴어 누워버리는 계란을 야속하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서있는 계란이 책상이 흔들리는 바람에 쓰러졌는데 내가 주워서 나도 한 번 세워보려고 여러번 심혈을 기울였는데 어느 순간 그 계란이 딱 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신기해서 두 개의 계란을 비교해 보았다. 그랬더니 섰던 계란은 좀더 길쭉했고 밑에 있던 둥근쪽의 껍질이 미세하게 오돌토돌 해서 심혈을 기울여 똑바로 중심을 잡으니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아! 나는 감탄사를 속으로 삼켰다

 세우지 못한 내 계란은 보다 둥근 타원이었고 껍질도 매끄러워 세우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내가 섰던 계란을 관찰하지 못했다면 영원한 신비로 여겼을 것이고 나의 무능과 불운을 속으로 되뇌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놀라운 일은 어떻게 그런 계란이 하필 "돈을 벌어 선교를 하겠다"는 사람에게 가서 그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었는지는 미스테리이다.

 우연인가 조화인가 신의 섭리인가.

 섰던 계란의 정체는 밝혀냈으나 계란이 왜 그 사람에게 갔는지는 묘연 할 뿐이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그 계란을 내가 강사에게 가져다 주니 강사가 "대박계란"이니 나보고 먹으라는 것이다.

 계란을 세운 그 사람은 벌써 가버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호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져왔다.

 먹기에는 너무 아까운 계란을 집의 식탁에 세워놓고 한참을 감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