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그 날
시랑사랑
2015. 11. 14. 20:31
온 바다의 물이 증발하는 날
온 바닥은 하얀 사막이 되리
버석거리는 반짝임으로
뭉클한 혀를 불태우듯
빼앗긴 물을 갈구하는
바다의 혼이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고
모든 죽은 육신을 미이라로 만들어
꽁꽁 덮고 싸매어 긴긴 잠에 드는 날
언제까지 버석거리는 하얀 꿈을 꾸어야 하나
모래보다 거칠고
바람보다 무거운 하얀 고집은
어떤 사명이 있어 저렇게 까칠한 것인가
수수억년이라도 애써 참아내어
올 것 같지 않은 그 날
마침내 증발했던 물이 우뢰처럼 쏟아져
온 바닥을 침몰시키며 바다가 돌아오는 날
하얀 사막은 서서히 녹아들며
품었던 미이라들을 풀어 살려내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