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작아지는 거룩

시랑사랑 2015. 11. 30. 18:14

아! 아

작아지면서

맡겨진 일을 묵묵히 행하는

그대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얇은 외투 벗겨지고

날마다 물 묻은 손에서

미끄러지며 닳아가며

인간의 때를 씻겨내는 그대

 

하얗고 미끈한 몸의 머리 심지에

불꽃 히나 피우고

꺼질 듯 꺼질 듯

어둠을 밝히며

스스로를 태워 바닥까지

작아지는 그대

 

깍이고 깍이며

심중의 검은 심으로

진실을 사랑을 기쁨을 눈물을

채록하고 기록하면서

몽당한 몸이 되어가는 그대

 

아 아

태어나서

커지기만 하는 우리로서는

그대들의 작아지는

거룩을 이해 할 수 없으리

 

성질이 나면

더욱 커지는 목소리나

주체 못하는 거시기나

커져야만 일을 해치우는

우리의 그것으로는

작아질수록 더욱 많은 일을 하는 그대들을

존경은 하면서 닮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