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조
저는 죄인 입니다
이웃을 괴롭히지는 않았으나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비겁한 죄인 입니다
세상의 불의를 애써 눈감으며
성전에서 기도만 읊조리는 위선자 입니다
진리와 정의의 소식을 알면서도
믿음의 형제에게 조차
외치지 못하는 나약한 죄인 입니다
저는 죄책감으로 잠 못 이룹니다
온난화의 여파로 북극이 녹아내려
역설적으로 한기가 북반구를 삼키는
혼란의 시대에
밤새 혹한에 떨며 소녀상을 지키는
이 땅의 소녀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
불면의 벌을 받고 있습니다
아 아
이 땅의 도처에서 수많은 피조물들이
광고탑 위에서 굴뚝 위에서
살려 달라고 살게 해 달라고
스스로 혹한의 채찍을 맞으며
눈물겨운 밧줄에 매달려
노동의 목숨을 구걸하고 있습니다
아 아
차라리 종교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만히 있으라는 기도나 하라는
그 무기력한 위선의 암덩어리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그 거룩한 권능으로
썩은 막대기 하나 옮기지 못하고
말풍선을 허공에 불어대기나 할 뿐
개미 한 마리 살려내지 못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토막살해하는 이 땅은
더 이상 사람의 나라는 아닙니다
극도의 정신이상 발작이
끝없는 일 중독의 암흑터널에 갇혀
스트레스와 히스테릭이 혈투하는
파층류들의 정글 입니다
이 현상은 생태계 말기의 병증 입니다
이 병증을 다스리지 못하면
이 증상이 이 땅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것입니다
한 번 기울어진 배는 바로 세울 수 없어
함께 침몰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이 땅의 기득권자들 지도자들
종교의 너울을 쓰고 일신영달에 안주하는 종교인들
모두 함께 수장 될 것 입니다
하늘은 공평한 저주를 베푸십니다
그래서 이 땅이 두렵습니다
저는 비겁한 죄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