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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창세기 / 고정희

시랑사랑 2016. 9. 6. 11:02

핏물이 밥사발에 범람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너그러움일 거야

세계인의 신음소리가 하늘을 덮지 않는 것은

일말의 너그러움일 거야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지 않는 것은

너그러움일 거야

어머니가 방생한 너그러움

임신한 여자가 담보 잡힌

너그러움일 거야

등뼈를 쓰다듬는 너그러움

살기를 풀어내는 너그러움

아아 우주의

너.그.러.움.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