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르 눈이 졸리운 날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자
이생에 풀지 못한 숙제가 많아
눈을 뜬 채로
눈을 감았던
젊은 엄마를 생각한다
환갑이 넘은 나의 가을 날
이제 세상 눈 감고
그리운 엄마 만나러 가고 싶은데
멀리서 멀리서
가을 하늘에서 엄마는 더 멀어지며
오지말라고 오지말라고
엄마의 목숨까지 더 살고 오라고
오래오래
엄마의 행복까지 누리다가
천천히 천천히 오라고
그래야 엄마가 편안히 눈을 감는다고
외로운 가을 날에 더 없이 그립지만
씩씩하게 아름답게
엄마의 목숨 오래오래
다 태우고 눈을 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