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에도 흔들리고
훅 스치는 바람에도 꺼져버리는
가장 작고 연약한 촛불을 들고
이 땅의 심장 광화문 광장에 나왔습니다
태울 것은 자기 한 몸 밖에 없는
초와 같은 사람들이
혼자서는 너무 작고 연약하여
이 거대한 광장을 메울 백만송이의
찬란한 촛불의 한 파도결이 되고자
몸으로 시간을 바치며 나왔습니다
여기에서는 간혹
나의 약한 촛불이 꺼져도 염려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나의 촛불을 살려 줄 촛불이 이웃해 있으므로
어린아이 같이 연약하여도
어린아이 처럼 순진무구한
촛불을 들고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맑아지고 따뜻해 집니다
저절로 간절한 기도가 나옵니다
스르르 한방울 눈물이 맺힙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 뼘의 어둠을 밀어내는
소리 없는 촛불 한 송이 뿐이지만
이심전심으로 광장에 모여
백만송이의 끝이 없는 불꽃 화원을 만듭니다
서로의 체온을 모으고 모여
남극의 추위를 이기며
새끼들을 키워내는 팽귄의 무리가
광화문 광장의 촛불 바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