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촛불

시랑사랑 2016. 12. 28. 16:50

미풍에도 흔들리고

훅 스치는 바람에도 꺼져버리는

가장 작고 연약한 촛불을 들고

이 땅의 심장 광화문 광장에 나왔습니다

 

태울 것은 자기 한 몸 밖에 없는

초와 같은 사람들이

혼자서는 너무 작고 연약하여

이 거대한 광장을 메울 백만송이의

찬란한 촛불의 한 파도결이 되고자

몸으로 시간을 바치며 나왔습니다

 

여기에서는 간혹

나의 약한 촛불이 꺼져도 염려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나의 촛불을 살려 줄 촛불이 이웃해 있으므로

어린아이 같이 연약하여도

어린아이 처럼 순진무구한

촛불을 들고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맑아지고 따뜻해 집니다

저절로 간절한 기도가 나옵니다

스르르 한방울 눈물이 맺힙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 뼘의 어둠을 밀어내는

소리 없는 촛불 한 송이 뿐이지만

이심전심으로 광장에 모여

백만송이의 끝이 없는 불꽃 화원을 만듭니다

 

서로의 체온을 모으고 모여

남극의 추위를 이기며

새끼들을 키워내는 팽귄의 무리가

광화문 광장의 촛불 바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룹명 > 자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괴목  (0) 2016.12.28
달 그림자  (0) 2016.12.28
선행  (0) 2016.12.28
동물나라  (0) 2016.12.27
공포  (0)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