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코 내려가기만 하는
메마르고 푸석한 틈새
적시며 메꾸어주고
때론 틈새에서 꽃송이 피워올리며
황토가 섞이면 황토색을 내고
피가 흘러들면 핏빛을 내면서
골짜기의 모양대로 미끌어지다가
강의 흐름따라 천리를 도는
모양도 없이 색깔도 없이
한사코 온 몸으로 미끄러지는
물과 같은....
대지의 모든 것을 씻어내리며
대지의 모든 목숨 목을 축이며
한사코 내려가기만 하는 그것을
사람들은 또 끌어올려
수십층 아파트 옥상에 가둬놓고
조금씩 흘러내리며
목을 축이고 오줌똥을 씻어 내리며
생을 신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