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도 희미하고
콧날은 뭉그러지고
입술은 헤져버린 얼굴과
그 얼굴을 가리려는 듯
들어올리는 손의
녹아내린 손가락을 보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괜히 미안스러웠다
그 모든 것을
속수무책 당하던 그들은
그러나 얼마나 낭패스러웠을까
딱히 죄 지은 것 없이
죄스러운 삶을 형벌처럼 살며
그러나 얼마나 스스로 책망했을까
그러나 얼마나 스스로 용서했을까
무엇을 지키려고
스핑크스는 수수천년을
콧등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막만 응시하고 있는가
자존심이 무너져내린
지존을 보는 일은
참 민망하고 우습지만
젊잖게 고개를 숙여야지
그게 최소한의 예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