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죄없는 죄인

시랑사랑 2018. 11. 18. 01:06

눈썹도 희미하고

콧날은 뭉그러지고

입술은 헤져버린 얼굴과

그 얼굴을 가리려는 듯

들어올리는 손의

녹아내린 손가락을 보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괜히 미안스러웠다

 

그 모든 것을

속수무책 당하던 그들은

그러나 얼마나 낭패스러웠을까

 

딱히 죄 지은 것 없이

죄스러운 삶을 형벌처럼 살며

그러나 얼마나 스스로 책망했을까

그러나 얼마나 스스로 용서했을까

 

무엇을 지키려고

스핑크스는 수수천년을

콧등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막만 응시하고 있는가

 

자존심이 무너져내린

지존을 보는 일은

참 민망하고 우습지만

젊잖게 고개를 숙여야지

그게 최소한의 예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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