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회한

시랑사랑 2019. 7. 28. 20:18

뭣 때문에 세상에 태어나서

뭣 모르고 살면서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와서

아들 셋 낳으며

때리고 욕하고 학대하였나

 

못나고 못나

세상에서 당하고 밀리고

집에 들어와

애먼 약한 아내에게 화풀이 하고

뻔뻔하게 한 평생 살아왔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

공연히 세상에 와서

저지른 죄업이 하늘에 닿는다

 

세상은 급격히 변하는데

구 시대의 유물같은

마지막 꼰대

마지막 아재

 

지독한 주정뱅이 아버지

술만 취하면 얼굴이 마귀같았지

밤을 새워 백열등 조는 단칸 방에서

가족들 모두 거리로 내쫒고

혼자 밤새 악마의 설교인지

씨부렁 거리다가

구성지게 구슬프게 찬송을 불렀지

어린 내가 방 한 쪽 구석에서

그런 광경을 보자니 참 그로테스크 했다

내가 청소년이 되어서는

그런 아버지의 광기를 저주하고 흉을 보았다

 

아! 내가 환갑이 되어

귀에 박힌 아버지의 취중 찬송을 부르는데

눈물이 나는구나

마음이 서럽구나

정말 심정이 찢어지게 애달프구나

 

술만 먹지않으면 용한 사람이라고

다시없이 착한 사람이라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칭찬했지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조롱이었다

 

무능한 아버지는 술을 거절 못하고

약한 술에 끝까지 매달려 취하고

풀리지 않는 세상사를 술김에 풀다가

애원하듯 찬송을 불렀었구나

세상 끝자락에 사는

무능한 자의 지독한 방황 혼돈 미망

 

아버지가 어릴 때

집앞을 지나던 스님이 어린 아버지를 보고

할머니에게 아버지를 절로 출가시키라고 했단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크면 절에 보내겠다고

아버지 이름을 스님에게 건넸다는데

아버지는 커서 출가가 아닌 속세로 가출을 하였다

 

아버지도 귀태였는데

기어이 결혼까지 하여 아들 셋을 두었다

심약한 어머니와 세 아들은

지독한 고생과 삶의 쓴맛을 보고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귀태의 막내 아들

귀태 한 마리 남아서 회한을 씹는다

 

회한이 하늘에 사무친다

뭣 때문에 세상에 와서

이다지도 번민과 죄업을 하늘에 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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