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붐비는 1호선 지하철 객실 통로
"어머님들 바늘에 실 꿰기 어려우시죠?
여기 바늘구멍이 아니라 위에서 쉽게 실을 끼는 바늘이 나왔습니다.
일본제품은 한타스에 2만원인데 저희는 천원한장에 바늘 열두개 한타스를 드립니다.
단돈 천원으로 눈이 침침한 우리 어머님들께 효도 한번 하십시요"
삼십 중반의 키가 호리호리한 남자의 목소리는 성우보다 좋았다.
음악방송을 진행해도 손색없을 부드럽고 낭랑한 목소리
방송국에 있어야 할 그의 목소리는 지하철 통로에 잘 못 끼어져
가냘픈 실 처럼 외 줄로 흔들리고 있었다.
'성우에 도전해! 성우 시험을 봐봐!'
나는 쑥스럽고 자신이 없어 그렇게 외치지 못했다.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그의 등뒤로 묵언이 날아왔다.
'해 봤어요. 안되더라고요'
아 !
나의 가벼운 희망이 그의 바늘에 찔리 듯 아주 뜨끔했다.
출처 : 목란문학회
글쓴이 : 조형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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