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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잇사(1763년생)의 하이쿠 몇 구절

시랑사랑 2015. 7. 16. 16:03

 

 

'저녁의 벚꽃, 오늘도 또 옛날이 되어 버렸네'

 

'죽이지 마라, 파리가 손으로 빌고 발로도 빈다'

 

'새끼 참새야, 저리 비켜, 저리 비켜, 말님이 지나가신다'

 

'숨죽인 채 말에게 몸을 내맡긴 개구리여라'

      (큰 몸집의 말이 냄새를 맡는 동안 죽은 듯이 꼼짝않고 있는 개구리를 묘사)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꾸나, 어미 없는 참새야'

 

'고아인 나는 빛나지도 못하는 반딧불이'

 

'자아, 이것이 마지막 거처인가, 눈이 다섯 자'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가지 마, 가지 마, 모두 거짓 초대야, 첫 반딧불이'

 

'어서 제발 한 번만이라도 눈을 떠라, 떡국상'

 

'세상은 지옥, 그 위에서 하는 꽃구경이어라'

 

'나는 외출하니 맘 놓고 사랑을 나눠, 오두막 파리'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 줘, 귀뚜라미'

 

'젊었을 때는 벼룩 물린 자국도 예뻤었지'

 

'올빼미여, 얼굴 좀 펴게나, 이건 봄비 아닌가'

 

'달과 꽃이여, 마흔아홉 해 동안 헛걸음이라'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극락세계에 가지 않은 축복, 올해의 술이라니'

 

 

잇사 : 세 살 때 친모를 사별하고 여덟 살 때 부터 계모에게 심한 학대를

        받다가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에도에서 고용살이를 하면서 가난과

        고통과 고독에 시달렸음

        쉰두 살에 스물여덟 살의 젊은 아내와 결혼하여 장남이 1개월도 안되

        죽고,  한 해 남짓 살았던 장녀를 천연두로 잃고, 58살이 되던 해 낳은

        셋째가 백일이 채 되지 않은 설날에 엄마 등에 업힌 채 질식사 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까지 넷째를 낳다가 아이와 더불어 죽고 말았다.

 

 

(한겨레 신문 7/16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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