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천년의 눈물

시랑사랑 2015. 9. 8. 14:43

 

한반도를 아우르며

드넓은 만주를 거느리고

중심에 우뚝 솟아

압록 두만의 젖줄을 흘려 먹이면서

고조선부터 고구려까지

수천년을 살찌우고 키워내었는데

 

아! 고구려 쓰러지고

중심에 흐르던 젖줄은

중심을 잃고 눈물이 되어 흐르고 있네

 

슬픔이 분노로 끓어올라

백두정상 분화하여

피 같은 용암 하늘로 하늘로 치솟아 토해

시뻘건 용암 온 대지를 뜨겁게 덮고

컴컴한 화산재 수수년 동안

대지에 켜켜이 내려앉아

부끄러운 역사를 묻어 버렸다

 

아! 세계의 중심이 되리라고

그처럼 거룩한 백두제단을 쌓았건만

그토록 맑고 순결한 압록성수로 흘렀건만

이제는 끝자락 변경이 되어

압록강변은 서로 다른 땅으로 울고

백두성산은 경계선으로 조각 나 있다

 

아! 한반도 허리 잘린 것도 통한이어늘

수치스런 변두리로 바뀌어

수천년 젖줄의 천지가 

천년의 눈물길 근원이 될줄이야

 

나는 수수천년 전 고구려 사비성읍이었던

대련에서 이천리 넘게 달리고 달려

백두산정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눈물 흘렸다

못난 후손으로 한스러이 울었다

 

그 먼 먼 옛날 우리의 광활한 땅이었던

지금은 낮 설고 말 다른 남의 땅이 되어버린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밭 사이사이 붉은지붕을 이고

옹기종기 모여 농민주택에 살고 있는

그 먼 먼 조상들은 강성한 고구려의

자랑스런 백성이었을

지금은 남의 나라 인민으로 살고 있는

언어가 다른 후손들을 보았다

 

단동의 압록강변에 줄지어 서있는

삼십층도 넘는 아파트들은

강 건너 신의주 땅을 삼킬 듯이 내려다보고

신 압록강대교는

21세기 인해전술의 대로로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단동고려관에서 만찬을 하며 관람하는

북한 어린 아가씨들의 공연은

마음이 착잡해서 흥을 낼 수가 없었다

결코 쉽게 웃지 않으며

절도있는 그들의 행동거지는

약소국의 최소한의 자존심 이리라

 

아! 얼마나 슬프고 부끄러운 일인가

수수천년 전 우리의 땅이었던

지금은 남의 땅이 되어버린 단동에서

한 언어 같은 문화를 피로 나눈 남북이

한 쪽은 앵벌이 아닌 외화벌이를 하고

한 쪽은 남의 자식 재롱 보듯 웃음이 헤픈

닮은 얼굴, 같은 말을 쓰면서도

마음이 옹졸하게 멀어져

남 보다 더 남이 되어가는 못난 한민족  

 

누가 우리를 이렇게 못나게 갈라 놓는가

망국의 대한제국 치욕의 역사

일제 침탈 36년의 식민 근성

자력으로 이루지 못한 독립

동족끼리의 이념의 대리전쟁까지

70년이 지나도록 반목을 풀지 못하고

백년을 넘어 못난 짓으로 살고 있다

 

아! 천지는 울고 있다

나는 등을 돌려 이천리길을 내려와

압록강변에서 흐느끼고 있다

이룰 수 없는 백두산의 중원의 꿈

다시 한반도를 가슴에 품고

만주 시베리아를 등에 업고서

풍만하게 흐를 압록 두만의 젖줄이

그립고 서러워서

그 꿈이 사무치고 한스러워

그렇게 강변에 앉아 

푸른 거친 압록루수(淚水)에 눈물을 떨구고 있다

 

 

 

(백두산 천지)

 

 

 

 

(백두산 능선)

 

 

                                                  (압록강 발원)

 

 

                                                  (광개토대왕 릉)

 

 

                                        (장수왕 릉->광개토대왕의 맏아들)

 

 

                               (중국 동북3성의 농가주택과 옥수수 밭)

 

 

                             (중국 단동의 압록강, 강수욕 후 샤워하는 사람들)

 

 

                                      (중국 단동에 있는 북한 음식점 고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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