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오름

시랑사랑 2015. 11. 30. 21:01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오름을 오르내리며

오순도순 살던

젖내 나게 순진한 탐라의 이웃들이

쫒고 쫒기는 숨바꼭질을 하면서

속절없이 쓰러져 갔는지

 

어머니의 푸른 젖가슴

오름은

콩알도 아닌 총알을

막아내느라 받아내느라

얼마나 터지고 찢기고 뭉개졌으랴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젖가슴

오름이

졸지에 이름없는 무덤이 되어야 했는지

 

그들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어루만져 보지도 못한 자들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 푸르러지는 오름을 오르며

사슴보다 더 순진한 탐라의 사람들을

꿩 몰 듯 사냥질을 해 댈 줄이야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느닷없는 해방을 맞아

눈 뜨지 못하는 미숙아 처럼

좌우 분간을 못하고

善惡正邪의 분별 없이

생존의 두려움으로 싸우기만 하였나 보다

 

아 아

어머니들은 피눈물에 자맥질을 한다

무덤이 되어버린 가슴을 동여매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질긴 새끼를

거두어 키우며 피눈물을 삼키며 살았다

 

우리가 모두 어느 어머니의 자식들이라면

우리가 어찌 어느 자식들의 어머니 가슴에

생각 없는 돌덩이를 던져 댈 수 있으랴

 

과거는 이해 할 수 없어도

이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은 다시 없기를

애가 끓는 피눈물 흘리는 일은 더는 없기를

오름을 오르며

오름을 내려오며

기도에 기도를 잇대어 올리는 커다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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