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마누라 세상

시랑사랑 2015. 12. 3. 13:49

마누라는 새끼만 많이 낳은게 아니었다

30년 동안 살림도 엄청 낳았다

30평 아파트가 비좁을 만큼

집안 구석구석을 꽉 채운 가재도구들이

마누라의 귀염을 받으며

보란듯이 뒹굴고 자빠져 있다

 

30년 동안 마누라만 늙은게 아니었다

마누라의 영토

집안도 함께 늙어 구수한 냄새가 난다

색이 바랜 가구들

반질하게 닳아진 부엌 살림들

찌그러지고 어긋난 냄비들이

퇴색한 얼굴을 감추며 찬장에 앉아있다

 

마누라가 늙으니 세상도 늙는다

일가친척 친구지인

주렁주렁 매달린 살림살이도

나까지 할수없이 따라 늙는다

'그룹명 > 자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막  (0) 2015.12.04
  (0) 2015.12.03
아버지의 눈물  (0) 2015.12.02
유성우  (0) 2015.12.02
생명의 강  (0) 201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