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새끼만 많이 낳은게 아니었다
30년 동안 살림도 엄청 낳았다
30평 아파트가 비좁을 만큼
집안 구석구석을 꽉 채운 가재도구들이
마누라의 귀염을 받으며
보란듯이 뒹굴고 자빠져 있다
30년 동안 마누라만 늙은게 아니었다
마누라의 영토
집안도 함께 늙어 구수한 냄새가 난다
색이 바랜 가구들
반질하게 닳아진 부엌 살림들
찌그러지고 어긋난 냄비들이
퇴색한 얼굴을 감추며 찬장에 앉아있다
마누라가 늙으니 세상도 늙는다
일가친척 친구지인
주렁주렁 매달린 살림살이도
나까지 할수없이 따라 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