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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아버지

시랑사랑 2011. 12. 9. 00:56

지하철에서 맞은 편에 앉은 할아버지가 만원짜리 한장을 들고 앉아 계신다

키는 크신 편이고 비교적 건장한 팔십초반으로 보이는 분이신데 목장갑을 파는 행상으로 부터 물건을 한개 달라면서 만원을 내미신다

구천원을 거슬러 받고 다음역에 내리시는지 일어나 문으로 가시다가 이번에는 가까이 오는 구걸하는 남자의 바구니에 천원 한장을 넣어주시고 내리셨다. 약간 엄격하고 무서워 보이는 정의파 인상이신데 마음은 따뜻한 분이신 것 같다.

구걸인은 내 앞으로 오며 바구니를 내미는데 천원짜리가 서너장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제법 돈이 많은데 생각 하면서 돈을 주지 않았다.

나는 괜히 인색한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하루종일 구걸을 하면 얼마를 벌을까? 한시간에 한바퀴 돌며 만원을 받으면 열시간이면 십만원 야냐?  

한달이면 삼백만원?  아이구 나 보다 났겠네. 아이구 부러워라. 저거 사기성 아냐? 문제 있네~. 등등 쪼잔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한참을 옹졸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래~ 오죽하면 구걸을 할까. 그 사람들도 살아야지~" 하며 경계심을 풀었다.

 

한 때는 우리 사회도 서민들의 즐거운 이야기를 심심챦게 들을 수 있었는데~

식당을 열심히 하여 몇년만에 자기가 세 들어 있던 몇 층짜리 건물을 샀다는 둥 포장마차가 잘 되서 프리미엄이 억대라는 둥 그랜져로 새벽에 퇴근을 한다는 둥 지하철과 거리에서도 구걸이 잘 되었는지 앵벌이가 유행했고 누가 앵벌이 거지인지 몰라 적선을 하지 않아 진짜거지가 괜한 피해를 본다는 등의 풋풋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그런 정겨운 이야기들이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에 지하철에서 싸우는 뉴스, 수퍼나 가게에서 돈을 훔쳐가는 강도 뉴스 등 듣기도 싫고 거북한 이야기 들만 텔레비젼에 가득하다.

국가는 세계10위권의 경제강국이라는데 서민들의 흥겨운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한숨과 피곤한 얼굴표정들 뿐이다.

이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이 따로 국밥이 되어가는 것인가?  무엇이 잘 못 되어도 단단히 잘 못 되었다.

국민이 잘 살기 위하여 국가가 발전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경제가 발전 할 이유가 무었인가?

이 나라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고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암에 걸린 중병의 국가시스템을 바로 잡을수 있기 때문이다